작년 9월에 후쿠오카 갔을 때 얘기예요. 하카타역 옆에 있는 이온 ATM 기기에서 처음으로 트래블월렛 카드로 ATM 출금하려고 했거든요. 출국 전에 블로그 글 몇 개 읽어봤는데 제가 본 글 모두 "이온 ATM 가서 카드 꽂고 뽑으면 돼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진짜 그게 다인 줄 알았습니다. 이온 ATM 기기 앞에 서기 전까지는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카드 꽂고 뽑는 건 맞지만 "쉽다"는 말은 제가 느끼기엔 아니었어요. 특히 처음 가신 분들은 두 가지 포인트에서 99% 멈칫합니다.
트래블월렛은 비자(VISA) 제휴라서 일본에선 이온은행 ATM에서만 수수료가 없어요. 일본은 ATM이 진짜 많거든요.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마다 다 있어서 "그냥 가까운 데서 뽑지 뭐" 하기 쉬운데, 거기서 뽑으면 회당 110~220엔 정도 수수료가 붙어요. 1만엔 뽑는데 200엔 떼가면 좀 아깝잖아요.
그래서 저는 보통 숙소 근처 역과 가장 가까운 이온 ATM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이온 ATM은 분홍색 간판의 미니스톱 편의점 안이나 이온몰 안에 있어요. 저는 하카타역 바로 옆 조그만한 부스 같은 곳에서 뽑았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99% 이온 ATM의 두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릴게요!
첫번째 멈춤, 언어부터 눌러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인데, 저도 처음에 여기서 한참 멈췄거든요. 일본어로 되어있는 ATM 화면이라 그런지 울렁증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한국 ATM은 자연스럽게 "출금" 메뉴를 찾는데, 일본 ATM은 첫 화면에 "International Card"(외국 카드)라는 버튼을 먼저 눌러야 해요. 이걸 누르면 그제서야 영어나 한국어로 화면이 바뀝니다.
희한하게 이 버튼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일본어 화면에서 그냥 진행하다가 한 번 거래가 끊겼어요. 어디 눌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이거 맞나?" 하면서 누르다가 그렇게 됐어요. 다시 카드 꽂고 이번엔 천천히 보니까 화면 한쪽에 International Card 버튼이 있더라고요. 이 버튼 먼저 누르세요. 진짜 이거 하나만 알아도 3분 절약돼요.
두번째 멈춤, 비밀번호 뒤에 00 붙이는 거
이게 진짜 사람 멍하게 만드는 부분이에요. 한국 카드 비밀번호 4자리 그대로 입력하잖아요. 트래블월렛도 4자리예요. 그래서 4자리 눌렀는데 화면 보면 2자리를 더 눌러야 하더라고요. 처음에 진짜 "비밀번호가 6자리였나? 내 비번이 뭐였지?" 하면서 ATM 앞에서 3분 정도 멍하게 서 있었어요. 뒤를 보니까 일본 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계셨거든요. 한 분이 아니라 두세 분이요. 미안한 마음에 카드 한 번 빼고 뒤로 비켜드릴까 했다가, 이대로 가면 또 와서 다시 헤매야 하니까 그냥 계속 시도했어요. 자주 쓰던 6자리 비밀번호 계속 눌렀는데 또 안 먹혀서 진짜 식은땀 났습니다.
알고 보니까 이온 ATM은 6자리 비밀번호 기준이라, 뒤에 00을 붙여서 6자리로 입력해야 되더라고요. 비번이 3939면 393900으로요. 제가 트레블 월렛을 잘못 읽었는지 블로그 글을 난독한건지. 이 부분은 정보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다음 일본 갈 때까지 이 사실을 까먹고 있다가 또 똑같이 멈춰서 헤맸어요. 이건 진짜 출국 전에 메모해두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비밀번호 안 먹히면 뒤에 00 붙여서 6자리로" 이거 한 줄만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면 진짜 도움 돼요.
그 다음은 그래도 무난해요
언어랑 비밀번호만 넘어가면 그 뒤는 좀 수월합니다. 한글로 이해하기 쉽게 잘 되어있거든요. 트래블월렛은 일본 은행 계좌가 아니라 선불식 충전 카드라서 사실 어디 눌러도 큰 차이 없는데, 그래도 건너뛰기 있으면 건너뛰기, 없으면 보통예금으로 가시면 안전해요. 통화 선택에서 한 가지만 주의하세요. "엔화로 출금할지, 원화로 결제할지" 묻는 경우가 있어요. 무조건 엔화(JPY)를 눌러야 합니다. 우리는 미리 트래블월렛 앱으로 엔화를 충전해뒀잖아요. 그 충전해둔 엔화를 그대로 뽑는 거니까 엔화로 가야 환율 손해 안 봐요.
그리고 이온 ATM의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1000엔 단위로 출금이 가능해요. 다른 ATM은 보통 10000엔이 최소인데 이온은 1000엔, 5000엔으로 뽑을 수 있어요. 음료수 한 캔만 사려는데 1만엔 뽑아두면 잔돈만 많이 남잖아요. 그래서 저는 보통 5천엔이나 1만엔 단위로 뽑았던 기억이 있네요.
한도 모르고 가면 두번째 출금에서 막힙니다
이것도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이에요. 트래블월렛은 1회 출금 한도가 미화 400달러(약 6만엔), 1일 1000달러(약 14만엔)이에요. 그리고 월 500달러 초과부터는 수수료 2%가 붙어요. 한국 돈으로 약 70만원어치 출금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무료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일본에 1주일 넘게 머무시거나 자주 가시는 분들은 이 한도를 한 번씩 채우게 되거든요. 저도 후쿠오카 다녀온 뒤에 곧바로 오사카 갔을 때 어느 순간 수수료가 붙기 시작하면서 알았어요. 그래서 출금은 필요한 만큼 큰 단위로 한 번에 뽑는 게 이득이더라고요. 1만엔, 2만엔씩 자주 뽑지 말고 5만엔 한 번에 뽑는 식으로요.
출국 전에 5분만 챙겨주세요
이거 두개만 미리 해두면 ATM 앞에서 안 멍해져요.
첫째, 앱에서 엔화 충전 확인. 트래블월렛은 충전식이라 앱에 엔화 잔액이 0이면 ATM에서 아무리 눌러도 안 나와요. 환율 좋을 때 미리 충전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둘째, 비밀번호 다시 확인하고 "00" 메모해두기. 트래블월렛 비번은 앱에서 따로 설정한 4자리예요. 다른 카드 비번이랑 헷갈려서 여러 번 틀리면 일시 정지될 수도 있어요. 출국 전에 앱에서 비밀번호 한 번 확인해두고, "안 먹히면 뒤에 00 붙여서" 이거 휴대폰 메모장에 꼭 적어두세요.
결국 정리하면
"트래블월렛으로 일본 이온 ATM에서 무료로 뽑을 수 있다"는 말은 맞아요. 근데 블로그 글들이 "쉽다"로 끝나는 게 사람을 방심시켜요. 무료인 거랑 쉬운 건 다른 얘기잖아요. International Card 버튼 누르기, 비밀번호 4자리 뒤에 00 붙이기, 이 두 군데에서 100% 멈칫합니다.
저는 이 두 개를 알고 가니까 두번째 일본 여행부터는 1분 안에 출금이 끝났어요. 근데 이게 또 신기한 게, 한 번 익숙해져도 다음 여행 갈 때까지 시간이 좀 지나면 또 까먹어요. 그래서 출국 전날 밤에 한 번 흐름 떠올리고 가시는 거 추천드려요. 진짜 별거 아닌데 뒤에 줄 선 일본 분들 시선 받으면서 식은땀 흘리는 거랑, 1분 만에 뽑고 나오는 거랑 차이가 정말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