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행기 타면 귀가 너무 먹먹해져서 매번 고생해요. 이거 때문에 비행기 타기가 무서워질 정도였어요. 이착륙할 때 귀가 안 뚫리는 그 감각,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래서 일본 여행 가기 전에 집 근처 약국에 들러서 약사한테 물어봤어요. "비행기 탈 때 귀 먹먹함 좀 막을 약 없을까요?" 했더니 본인도 비행기 탈 때 그렇다면서 액티피드를 추천해주더라고요. 한 박스 사서 가방에 넣고 요나고로 떠났습니다.
이착륙 30분 전쯤 한 알 먹었더니 진짜 효과 있었어요. 평소처럼 귀가 콱 막히는 느낌이 거의 없더라고요. 여행 잘 다녀왔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별일 없었어요.
친구도 저처럼 비행기 탈 때 귀 때문에 고생하거든요? 얼마 전에 일본 간다고 해서 "액티피드 챙겨가, 비행기에서 진짜 효과 있더라" 추천했더니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그거 일본에서 압수당한대." 어? 잠깐. 나 지난번에 그냥 가져갔는데? 그것도 한국 약국에서 약사가 추천해준 약인데?
좀 황당해서 찾아봤어요. 그리고 알게 된 게 좀 복잡하더라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금지"라는 말은 살짝 과장된 거였고, 다만 진짜로 알아두면 좋은 부분은 있었습니다.
액티피드가 뭐길래 일본에서 문제인가?
액티피드 안에는 두 가지 성분이 들어있어요. 트리프롤리딘(항히스타민)이랑 슈도에페드린이요. 둘 다 콧물·재채기·코막힘 같은 데 효과 있는 성분인데, 문제는 슈도에페드린이에요.
슈도에페드린이라는 게 코랑 귀 점막의 부종을 빼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비행기 탈 때 귀 먹먹함에 효과가 있는 거고요. 근데 동시에 이 성분이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원료로 쓰여요. 화학 구조가 비슷해서 정제하면 마약이 된대요.
한국은 이걸 약국에서 처방 없이 그냥 살 수 있게 해놨는데, 다른 나라들은 좀 다릅니다. 미국·호주는 신분증 확인하고 사는 정도로 통제하고, 일본은 더 엄격해요. 그래서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람이 액티피드를 박스째 들고 오면 "어, 이거 마약 원료인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진짜 다 압수당하는 건가?
여기가 핵심이에요. 친구가 그렇게 무섭게 말했지만, 진짜로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일본은 양으로 봐요. 1인이 한 달 정도 먹을 분량까지는 그냥 가져갈 수 있어요. 신고 안 해도 되고, 따로 증명서 받을 필요도 없어요. 일반적인 액티피드 한 박스(10정 정도) 챙겨가는 거면 이 범위 안이에요.
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이유가 이거였더라고요. 한 박스 가져갔으니까 시스템상 합법 범위였던 거예요.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애초에 문제가 안 되는 양이었던 거죠.
진짜로 압수당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경우예요. 여러 박스를 한꺼번에 가져갔거나, 반복적으로 일본 오가면서 매번 약을 가져가거나, 가방에서 다른 의심스러운 게 같이 나오거나. 한 박스 정도로 본인이 먹을 거 챙겨가는 평범한 여행자는 거의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마음 편하게 가져가려면
이렇게 정리해두면 진짜 안전합니다. 약은 원래 포장 그대로 가져가세요. 알약만 빼서 지퍼백 같은 데 옮겨 담으면 의심받기 좋아요. 박스랑 약 봉투 그대로 넣어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일본 세관도 정식 포장에 든 한국 시판약은 잘 안 건드려요.
한 박스 이상은 굳이 안 가져가는 게 좋아요. 10정으로도 비행기 타고 오갈 때 충분하니까요! 두세 박스씩 가져가면 "왜 이렇게 많지?" 의심 살 수 있어요.
가방을 정리해서 가세요. 약이 잔뜩 있고 다른 물건이랑 섞여서 어수선하면 X-ray에서 의심받을 가능성이 커져요. 본인 약은 한 곳에 모아두고, 박스도 깔끔하게 둔 채로 가는 게 좋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면 처방전 사본을 같이 들고 가시면 더 안전해요. 액티피드는 처방약이 아니라 일반약이라 처방전이 없겠지만요.
비행기 귀 먹먹함, 약 말고도 방법 있어요
사실 친구한테 알려주면서 저도 생각해봤는데, 이런 게 신경 쓰이면 약을 챙기면 되지만 약 외에 다른 방법이 꽤 있거든요.
가장 간단한 건 코를 잡고 살짝 부는 거예요. 입은 다물고 코는 손가락으로 막은 다음에 숨을 코로 살짝 내쉬는 식이에요. 이러면 귀로 압력이 들어가서 막힌 게 뚫려요. 비행기 이착륙 때 진짜 효과 있어요. 처음 해보면 좀 어색한데 익숙해지면 약보다 빠릅니다.
껌 씹기, 하품, 물 자주 마시기도 다 효과 있어요. 침을 자주 삼키는 동작이 귀를 뚫어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이착륙 시간대에 의식적으로 침을 자주 삼키면 좀 나아져요.
이착륙용 귀마개도 있어요. 약국이나 다이소에서 파는데, 압력 조절해주는 거예요. 약 안 먹어도 되니까 외국 갈 일 많은 분들은 하나 사두면 좋아요.
저도 다음 일본 여행에는 약 대신 코 잡고 부는 방법이랑 껌으로 해볼까 싶더라고요. 약은 아무리 안전한 범위라도 챙겨다니는 게 신경 쓰이잖아요.
결론
인터넷에 떠도는 "액티피드 일본 절대 금지"는 살짝 과장된 말이에요. 한 박스 정도 본인 먹을 분량은 거의 다 통과합니다. 제가 직접 가져가봤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다만 알고 가는 거랑 모르고 가는 거는 다르거든요. 양을 적당히, 포장 그대로, 가방 깔끔하게.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요. 비행기 귀 먹먹함 막으려고 산 약 때문에 일본 입국할 때 식은땀 흘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약 말고 다른 방법도 한번 시도해보시는 거 추천드려요. 코 잡고 부는 거 진짜 별거 아닌데 비행기 안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